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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시간의 기원을 묻고 우주의 경계를 넘은 현대의 지성

by 뉴스픽100 2025. 5. 11.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 시간, 우주의 기원에 대한 독창적 이론으로 이론물리학의 지평을 넓힌 천체물리학자이며, 루게릭병이라는 중증의 신체 장애 속에서도 지성의 힘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인물이다. 『시간의 역사』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그는 단지 과학자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과 문학, 대중 담론의 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호킹은 우주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한 인간의 한계는 결코 지성의 한계가 아님을 증명했다.

시간과 존재의 경계에서 질문을 던지다

스티븐 윌리엄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은 1942년 1월 8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사망 300주년이 되는 날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숫자와 논리에 깊은 흥미를 보였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인 이론물리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21세의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ALS)을 진단받으며 의사들로부터 “2년 이상 살기 어렵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의학적 예측을 완전히 뒤엎는다. 호킹은 점차 근육을 잃고 휠체어와 음성 합성기를 사용해야 하는 신체적 제약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 제약 속에서 더 깊은 사유와 집중을 이루어냈다. 그는 인간이 ‘몸’으로서가 아닌 ‘의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했고, ‘지성의 힘’이란 무엇인지를 인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었다.

호킹의 학문적 관심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시간은 왜 앞으로만 흐르는가’, ‘블랙홀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간극을 메우는 데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는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통일장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사상적 근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지 이론물리학자일 뿐 아니라, 철학자이자 존재론적 사상가로도 평가받는다.

 

블랙홀, 무(無)에서 시작된 우주, 그리고 시간의 방향

호킹의 가장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다. 이는 블랙홀이 완전히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공간이 아니라, 양자적 효과로 인해 아주 느리게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며 결국 증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 블랙홀 이론에 대한 혁명적 반전이었고,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동시에 고려한 최초의 수식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이론은 블랙홀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정보는 블랙홀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는가’라는 물리학의 가장 논쟁적인 질문 중 하나를 던지게 했다. 이 문제는 ‘정보 보존 법칙’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는 두 물리학의 대전제를 충돌시켰고, 이는 이후 30년 넘게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 호킹 자신도 생전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초기 결론을 일부 수정하며 학문적 유연함과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의 또 다른 중요한 공헌은 ‘무경계 가설(No Boundary Proposal)’이다. 이는 ‘우주에는 시작점도 경계도 없다’는 가설로, 시간 역시 공간과 같은 차원이며, 초기 우주는 물리학적으로 ‘특이점(singularity)’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곡률이 변화하는 곡면의 형태로 발생했다는 아이디어다. 이는 신의 창조 개입 없이도 우주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며, 과학과 종교, 철학 간의 오랜 논쟁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호킹은 복잡한 이론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1988년 출간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과학 교양서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 2천만 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읽고 싶지만 끝까지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일반 독자들도 우주의 기원, 차원, 시간, 블랙홀, 빅뱅 등에 대해 사유하게 만들었으며, 과학을 일상의 철학으로 끌어내린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과학 다큐멘터리, 인터뷰, 애니메이션, 심지어 심슨 가족(The Simpsons)과 스타트렉(Star Trek)에도 출연하며, 지성의 대중성과 유머 감각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사랑받았다. 그는 "지식은 모두의 것이어야 하며, 복잡함은 이해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우주의 경계 없는 사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

스티븐 호킹은 단지 과학이론을 만든 학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를 삶으로 보여준 존재였다. 루게릭병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는 연 50회 이상의 국제 학회에 참여하고, 수십 편의 논문과 책을 발표했으며, 수많은 강연과 대중 지식의 확산에 헌신했다. 그는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 속에서 ‘무한히 확장하는 정신’을 지닌 인류 지성의 상징이었다.

그는 ‘호킹의 목소리’로 불리는 음성 합성기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으며, "나는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물리학적 진실인 동시에 존재론적 선언이었다. 그는 장애를 극복했다는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경계 없는 사고의 확장’으로 재정의했다. 그의 삶은 단지 과학의 승리라기보다, 인간 존엄과 정신의 승리였다.

호킹은 생전 마지막까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 기후위기, 핵전쟁 가능성, 자원 고갈 등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지구는 영원히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주 탐사와 과학 교육, 윤리적 기술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은 책임 없는 진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방향성’임을 분명히 했다.

2018년 3월 14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이자 파이(π) 데이에 세상을 떠난 그는 시간과 우주를 연구하며 시간과 우주의 흐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품는 한, 스티븐 호킹의 지성과 정신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존재할 것이다.

 

스티븐 호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