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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역사학을 넘어 미래를 해석한 지식 혁명가

by 뉴스픽100 2025. 5. 9.

유발 하라리는 단순한 역사학자가 아니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치밀하고 통찰력 있게 조망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유 체계를 바꿔 놓았다. 하라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 생명과학, 기술 철학을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가 사는 시대를 냉철하게 진단하며 미래 사회의 핵심 키워드인 ‘정보·인공지능·권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의 사상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인류사를 다시 쓰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 출발했으나, 그의 학문적 여정은 단순히 과거의 전쟁 양상이나 정치사의 분석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인간 존재의 기원과 의식, 그리고 문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를 전개해왔다. 2011년 출간된 『사피엔스』는 고고학, 생물학, 인지과학, 경제학 등을 통합해 인류의 전체적 흐름을 새롭게 설명하려는 야심 찬 시도로 평가받는다.

『사피엔스』는 약 13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현생 인류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하라리는 인간의 결정적 차별점을 ‘인지 혁명’에서 찾는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실뿐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이는 집단 간 협력과 조직화를 가능하게 했다. 신화, 종교, 국가, 법률, 기업 등은 모두 이 ‘허구를 믿는 능력’의 결과물이라는 그의 주장은 역사학의 기존 틀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또한 인간의 역사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이야기’의 진화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정보와 신념이 실제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짚는다.

그의 저작은 학문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탁월하다. 어려운 개념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으며,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지적 탐험 그 자체다. 하라리는 단순한 ‘역사 요약자’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를 새롭게 해석해낸 현대의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기술과 인간, 그 경계의 질문

『호모 데우스』에서 하라리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전환점 중 하나인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융합’을 다룬다. 그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에게 신과 같은 능력을 부여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류가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생명을 설계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지적한다. 하라리는 전통적으로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명과 죽음, 감정과 의사결정, 의식과 존재의 의미를 더 이상 종교나 철학이 아닌, 과학기술이 다루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특히 ‘데이터교(Dataism)’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가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에 기반한 신흥 종교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신조는 인간의 감정과 선택, 나아가 사회 시스템 전반을 알고리즘이 더 잘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사상이다. 하라리는 이러한 흐름이 인간의 주체성과 도덕성, 자유의지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알고리즘이 당신 자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안다면,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또한 하라리는 기술 발전이 전통적인 인간 중심 가치체계를 어떻게 해체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고, 감정을 읽으며, 심지어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인간의 정체성은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는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으며, 인간이 그것을 어떤 가치관과 목적 아래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하라리의 메시지는 기술 비판을 넘어서, 인간이 기술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윤리와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촉구로 귀결된다.

 

21세기의 나침반이 된 사상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하라리의 사상이 일종의 ‘지식 지도’로 자리 잡는 결정적 저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인공지능, 환경위기, 가짜뉴스, 종교의 재부상, 글로벌화와 민족주의의 갈등 등 당면 과제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심층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하라리는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지적 리더’로서의 면모다.

그는 특히 교육과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암기 중심의 지식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정서적 회복력, 자기 성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라리는 매일 두세 시간씩 명상을 통해 사고를 정돈한다고 밝히며, 내면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외부의 정보 소음 속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과 정보의 홍수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결국 하라리는 인간이 단순히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오늘날 교육, 정치, 경제, 철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통찰과 문제의식을 던진다. 유발 하라리는 단지 과거를 되짚는 역사학자가 아닌, 미래를 설계하고 현재를 진단하는 ‘21세기의 나침반’이라 부를 수 있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상가다.

 

유발 하라리